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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는 꽃과 골목에서 마주한 순간
작은 동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에 발걸음이 멈춰질 때가 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하얀 담벼락 위로 주황빛 능소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덩굴째 흘러내리듯 피어난 꽃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그 아래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한 할머니가 지나가셨다.
보조차를 밀며, 익숙한 듯 아주 천천히.
피어난 꽃의 색이 너무 따뜻해서
마음까지 밝아지는 기분이었는데,
문득 아래를 보니 바닥엔 이미 지고 있는 꽃잎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할머니의 느린 걸음과 겹쳐 보였다.
꽃도 사람도 피고, 결국은 지지만
그 과정이 참 고요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조용한 골목길에서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날.
능소화가 피고 지는 이 계절,
나는 잠시 멈춰 그 풍경을 마음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