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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위, 나란히 피어난 마음
부여 궁남지 연못 위,
두 송이의 연꽃이 고요히 떠 있었습니다.
물이 잔잔하게 흐르고,
초록빛 연잎 사이로 하얀 꽃잎이 조용히 피어 있었지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이 풍경 앞에 멈춰 섰을 때,
나는 숨을 멈추듯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아도 함께인 것처럼,
두 송이는 나란히 고개를 들어
바람 없이도 바람 같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마음은 어딘가에서 느리게 흘러갔습니다.
연꽃이 피는 모습보다
피어 있는 그 존재 자체가 주는 울림이 컸던 날이었어요.
축제의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서
단 한순간, 이 장면만은
너무도 조용하고, 따뜻했습니다.
아직 피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운
연꽃은 생각보다 많이 피지 않았습니다.
아쉬움이 스쳤지만,
그 사이로 연분홍빛 봉오리를 발견했을 때
조용한 기쁨이 피어올랐습니다.
햇살은 부드럽게 봉오리를 감쌌고,
꽃은 아직 열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시간을 버티고 있었죠.
그 모습이 왠지 사람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제 때를 기다리는 그 단단한 차분함.
그리고 피어나기 직전,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는 고요한 숨결까지.
부여의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피지 않았기에 더 아름다웠던 한 송이의 연꽃.
그 앞에서 나는 오래도록
셔터를 누르지 못했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순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