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친 오렌지빛 설렘
전주 한옥마을을 벗어나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골목 어귀에서 나를 반겨준 건 화려한 오렌지빛 능소화였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능소화는 마치 "여기 봐, 여기!"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한옥의 기와지붕과 어우러진 모습이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웠다. 이런 순간이면 전주 여행의 진짜 매력을 느끼게 된다.
9-10번지 표지판 옆으로 피어난 능소화는 더욱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게 만들었다. 오렌지색 나팔꽃 같은 모양의 꽃들이 초록 잎사귀 사이로 수줍게, 때로는 당당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꺼내다가도 잠시 멈춰 서서 그냥 눈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이런 감동을 화면 속에만 담아두기엔 아까웠다.
빨간 능소화가 그려낸 골목길 풍경
골목을 더 들어가니 이번엔 빨간 능소화가 나타났다. 하얀 담벼락을 배경으로 한 붉은 꽃들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까지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전주의 골목길은 참 신기하다. 집집마다 피어있는 꽃들이 모두 다른 색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집은 오렌지빛으로, 어떤 집은 붉은빛으로 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우리를 맞아주던 전주가 이번엔 능소화로 여름의 정취를 선사해주고 있었다. 더위에 땀이 나도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작은 감동들 때문이 아닐까.
벽화와 어우러진 꽃들, 골목길 곳곳에서 만나는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들. 전주 여행의 진짜 묘미는 이런 우연한 발견에 있는 것 같다.
여름 전주, 능소화와 함께한 특별한 하루
전주 골목길에 능소화 예쁨 에 매력을 느꼈다
이 한 문장으로 오늘의 감동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뜨거운 여름날, 땀을 주르륵 흘리며 걸었던 골목길이 이렇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줄이야.
다음에 전주를 찾는다면 또 다른 계절의 얼굴을 만나게 될 테지만, 오늘 만난 능소화의 미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전주야, 고마워. 오늘도 예쁜 추억 하나 만들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