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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감성여행

황금빛 추수의 계절

by moldedokkaebl 2025.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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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추수의 계절

봄에 모내기를 시작하여 어느덧 추수의 계절이 왔다.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황금빛 논을 바라보니, 농사를 지어오신 어르신들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지금쯤 가슴 한편이 벅차오르고 있을 것이다. 한 해 동안 흘린 땀방울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결실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참 긴 여정이었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면, 농부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논에 나섰다. 허리를 굽혀가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심은 어린 모들. 그 작은 초록빛에 한 해의 꿈을 담았을 것이다. "올해는 풍년이길, 건강하게 자라다오." 하고 말이다.

여름이 되니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논을 지켜야 했고, 장마철이면 비바람이 걱정되어 밤잠을 설치기도 했을 것이다. 벌레들이 나타나면 또 어떻게든 막아내야 했고, 가뭄이 오면 물 걱정에 하늘만 바라보는 날도 있었을 터이다. 그렇게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온갖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벼와 농부는 서로를 의지해왔다.

그리고 지금, 모든 어려움을 뒤로하고 드디어 추수의 때가 왔다. 황금빛으로 물든 논은 마치 자연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 같다. 바람에 살랑이는 벼이삭들을 보면, 농부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질 것이다. "고생했다, 정말 고생 많이 했어." 하며 벼이삭을 어루만지는 그 손길이 얼마나 따뜻할까.

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우리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고,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하고, 그래야 비로소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있다. 농부들이 한 해 동안 벼와 함께 보낸 시간들처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고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가끔 지치고 힘들 때가 있어도, 이 황금빛 들판을 생각해보자. 봄에 심은 작은 희망이 이렇게 풍성한 가을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농부들의 정성과 자연의 은혜가 만나 이토록 아름다운 결실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저녁,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잠시 생각해보자. 이 한 톨 한 톨의 쌀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있는지를. 농부들의 거친 손과 구슬땀, 자연의 햇빛과 비바람, 그리고 긴 기다림의 시간들이 모두 여기에 스며있다는 것을.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 황금빛 물결이 일렁인다. 그 물결 속에서 우리는 삶의 소중함을, 기다림의 가치를,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배워간다. 농부들의 설렘이 우리에게도 전해져, 오늘 하루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