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겨울의감성여행

강원도 정동진, 태양보다 여명이 좋았던 새벽

by moldedokkaebl 2026. 1. 19.
반응형

정동진에 혼자 도착한 새벽,
카메라를 메고 바다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난생처음 와보는 정동진인데도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풍경처럼,
어둠과 빛이 조용히 섞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고
곧 떠오를 태양을 기다린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바다를 본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보다,
그 직전의 여명이 더 좋다.

아직 밤이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을 때,
하늘은 말없이 색을 바꾸고
바다는 그 색을 고스란히 받아 안는다.
분명히 빛이 오고 있는데
아직은 조용하고, 서두르지 않는다.
그 사이에 서 있으면
괜히 마음도 낮아지고, 숨도 고르게 된다.

 

정동진의 바다는 생각보다 차분했고
파도는 크지 않아도 꾸준했다.
부두 끝에 멈춰 선 배는
마치 밤과 아침의 경계에 정박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으며
‘지금이구나’ 싶었다.

태양이 수평선 위로 얼굴을 내밀 무렵,
나는 카메라를 접었다.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 시작될 때
내 하루의 사진은 이미 끝난 셈이다.
어둠 속에서 빛이 비칠 때,
그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따뜻하다.

혼자라서 더 좋았던 정동진.
말없이 바라보고,
말없이 셔터를 누르고,
말없이 돌아오는 길.
이 여명 하나로
충분히 오래 기억될 여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