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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 혼자 도착한 새벽,
카메라를 메고 바다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난생처음 와보는 정동진인데도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풍경처럼,
어둠과 빛이 조용히 섞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고
곧 떠오를 태양을 기다린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바다를 본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보다,
그 직전의 여명이 더 좋다.

아직 밤이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을 때,
하늘은 말없이 색을 바꾸고
바다는 그 색을 고스란히 받아 안는다.
분명히 빛이 오고 있는데
아직은 조용하고, 서두르지 않는다.
그 사이에 서 있으면
괜히 마음도 낮아지고, 숨도 고르게 된다.
정동진의 바다는 생각보다 차분했고
파도는 크지 않아도 꾸준했다.
부두 끝에 멈춰 선 배는
마치 밤과 아침의 경계에 정박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으며
‘지금이구나’ 싶었다.

태양이 수평선 위로 얼굴을 내밀 무렵,
나는 카메라를 접었다.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 시작될 때
내 하루의 사진은 이미 끝난 셈이다.
어둠 속에서 빛이 비칠 때,
그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따뜻하다.
혼자라서 더 좋았던 정동진.
말없이 바라보고,
말없이 셔터를 누르고,
말없이 돌아오는 길.
이 여명 하나로
충분히 오래 기억될 여행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