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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해수욕장에서 바람을 만나다
겨울의 망상 해수욕장은 말이 없었다.
여름이면 사람들의 웃음과 발자국으로 가득 찼을 모래사장은, 이 계절이 되자 한숨 돌린 듯 넓고 고요하게 누워 있었다. 바다는 더 짙은 파랑으로 깊어져 있었고, 파도는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묘하게 마음을 정리해 주었다. 빨간 지붕의 건물들은 바다를 향해 조용히 등을 내주고 있었고, 텅 빈 주차장은 마치 잠시 멈춰 선 시간처럼 느껴졌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덕분에 오히려 정신은 또렷해졌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겨울 바다 특유의 맑은 냄새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이 계절의 바다는 위로를 서두르지 않는다. 괜찮냐고 묻지도 않고, 다만 이렇게 넓게, 묵묵히 앞에 서 있을 뿐이다. 그 앞에 서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속도를 늦추게 된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셔터를 누르는 손보다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겨울의 망상 해수욕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솔하다. 아무것도 채우지 않아도 충분한 풍경,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하루의 끝을 잘 접어두게 만드는 바다였다.
아마 이 사진을 다시 꺼내보는 날에도, 오늘의 이 고요함은 그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