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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감성여행

월요일의 작은 여행

by moldedokkaebl 2025.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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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팔복동, 오래된 철길.
새벽과 오전에 한 번만 다니는 철도 만나지 못했지만

언제나 이날에 오면 늘 반겨주는 나의 마음 포근해진다 
봄이 오면 이곳은 다시 살아난다.

양옆으로 빼곡히 늘어선 이팝나무들이
하얀 꽃을 잔뜩 틔워 하늘을 가린다.
흩날리는 꽃잎은 조용히 바람을 타고,
마치 눈처럼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철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발밑에서는 돌자갈이 사각거리고,
머리 위에서는 꽃잎들이 사르르 흘러내린다.
이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설렘과 조금의 쓸쓸함이 함께 스며든다.

오늘, 이 철길 위를 걷는 동안
잠시나마 세상의 소란은 멀어지고
내 마음 한가운데에도
하얀 봄이 내려앉았다.

 

전주수목원,
조용한 회전 교차로 한쪽에 눈부시게 피어난 노란 꽃들.
작은 들꽃이 아니라,
어디서 그렇게 힘을 얻었는지
햇살을 가득 머금고 환하게 피어 있었다.

꽃들 사이에 서 있자니
노란 물결이 발끝까지 넘실거린다.
그 한가운데,
길모퉁이에 세워진 둥근 거울 속으로 나를 비춰본다.

거울 속의 나는
사진기를 든 채, 어딘가 서툴고 어색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조금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나 역시 쉴 틈 없이 살아가지만,
이렇게 한 발 멈춰 서서
꽃과 햇살과 나를 바라보는 것.
아마 오늘, 가장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