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새벽 6시 40분.
잠결을 뚫고 논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아직 느릿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설렜다.
모심기를 도우러 간다는 단순한 이유였는데도, 이상하게 아침 공기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때,
논 위로 펼쳐진 하늘을 보고, 그 자리에 가만히 멈췄다.
물이 고인 논이 마치 하늘을 품은 거울 같았고,
구름은 그 거울 위로 천천히 내려와 발끝에 닿을 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논두렁을 따라 조용히 걷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햇살도 그 등을 따라가듯 부드럽게 비치고 있었다.
참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조용하고 느리며, 진한 장면을 만난 건.
잠시 셔터를 누르기도 잊고,
나는 그 새벽의 고요함과
할아버지의 부지런한 하루 시작에 깊은 숨을 내쉬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찾은 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사진보다 더 소중한 걸 담았다.
바로, 사람의 살아가는 리듬이었다.